스텔라 맥카트니는 자신의 고유한 취향을 매 시즌 관철하는 몇 안 되는 디자이너 중 한 명이다. 런던 새빌 로 스타일의 매니시한 테일러링과 큼직한 실루엣, 그리고 이제는 만국 공통의 유행으로 통하는 섹시한 스포츠 룩! 이번 시즌엔 거기에 ‘승마’라는 또 하나의 개인적인 코드가 더해졌다. 머리에 스카프를 두르고 카키색 퀼팅 코트를 입은 룩은 경치 좋은 시골 마을에서 말을 달리던 어린 맥카트니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고, 그런 노스탤지어는 말 머리가 프린트된 니트 풀오버를 통해 도회적으로 재해석됐다. 이끼, 낙엽, 구름, 흙 같은 자연 친화적인 색감의 낙낙한 팬츠 수트와 코트 등 세련된 여자들이 환영할 만한 의상이 이어진 쇼 후반부엔 속이 훤히 비치는 플리세 이브닝 드레스 시리즈도 등장했다. 지난 시즌처럼 피날레에 모델들이 춤을 추며 한꺼번에 등장해 조지 마이클의 ‘페이스’를 합창하자 연일 내리는 비 때문에 착 가라앉은 관객들 사이에 서서히 미소가 번졌다. 스텔라 맥카트니표 긍정의 페미니즘 파워가 마법을 발휘한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