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 가와쿠보는 최근 패션계에 시끄러운 잡음과 혼란이 가득하다고 말한 적 있다. 그게 어떤 소음이든 간에 그녀의 작품(최근 몇 년 동안은 ‘옷’보다 ‘작품’이라고 지칭하는 게 더 적절하다) 앞에선 누구라도 입을 다물게 된다. 모두의 의견과 해석 따위를 단숨에 전복시키는 유일한 디자이너라는 얘기다. 올해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열리는 그녀의 회고전에 맞춰 그 영향력은 더 막강해졌다. 무대에 오른 옷은 움직이는 조각이었다. 물론 형태와 볼륨이 극대화돼 킴 카다시안을 캐리커처로 희화화한 듯 보일 때도 있었으나, ‘실루엣의 미래(the future of silhouette)’라는 주제에 걸맞게 패션 조형물로서 차원이 다른 미학은 여전했다. 소재 역시 상식 밖. 단열 스펀지, 누런 종이 포장지, 고성능 충전재, 은색 폴리에스테르 필름지, 그리고 검은 나일론 그물에 녹은 검정 고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