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 앤더슨은 로에베 패션쇼 초대장에 간결한 메시지를 넣었다. 정사각형 리넨 손수건에 흰색 체인 스티치로 ‘그것을 갖고 갈 순 없다’라고 수를 놓았다. 이에 대해 “저는 그게 매우 긍정적인 동시에 으스스한 메시지였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백스테이지에서 말했다. 긍정적인 동시에 으스스한 메시지? 어두운 쇼장과 곳곳에 놓인 난초가 단서였을까? 그렇다면 데카당스와 원시적 분위기를 띠는 설치미술의 감각적 충격 속에 등장한 옷은? 다채로운 신소재, 여성스럽게 손질한 미디 드레스, 부푼 소매의 18세기 오프 숄더 드레스, 또 웨스턴 스타일의 패치워크 드레스, 블랙 샹티 레이스로 가득한 번아웃 패치 줄무늬 등등. 이렇듯 눈에 띄는 아이템 중엔 재미있게 생긴 큼직한 모자도 있다. 한쪽 면에 빵 한 덩이를 카툰처럼 그린 프린트가 있는 모자였다. 이제 젊은 디자이너에게 딱 맞는 젊은 고객들이 로에베 매장에서 북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