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다른 디자이너들이 영감을 위해 ‘유스 컬처’를 도입하려고 애쓸 때, 조심스럽고 사색적인 취향의 베로니크 브랑키노는 늘 그렇듯이 고요히 자신만의 레퍼토리를 고집했다. 그녀는 플랑드르 미술가에게 영감을 얻었다. 새하얀 파우더를 바른 깡마른 모델들은 엘리자베스 여왕을 떠올리는 주름 칼라를 가미한 치렁치렁한 벨벳 드레스나 튤 드레스를 입고 텅 빈 공간을 유령처럼 배회했다. 물론 스웨트 소재나 후디, 와이드 컷 팬츠처럼 동시대적 아이템도 섞여 있었다. 하지만 쇼를 주도한 건 길고 유동적인 실루엣, 고전적인 벨벳과 작은 도트 문양이 삽입된 투명한 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간직한 블랙. 세상을 놀라게 할 뭔가가 등장하진 않았지만, 세퀸 집업 후디나 넉넉한 레오퍼드 재킷은 요즘 유행하는 아이템과 무난하게 어울릴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