퀼팅 기법의 빳빳한 금빛 원피스와 오버사이즈 코트를 걸친 모델이 등장하자 한복이 떠올랐다. 뒤를 이어 등장한 파스텔 색조의 울 원피스 역시 도자기가 연상됐다. “지난겨울 서울을 방문했을 때 몇몇 박물관에 들렀어요. 그래서 이번 컬렉션을 위해 어떤 색조는 한국 고미술품에서 영감을 얻었어요.” 쇼 직후 나데주 바니 시뷸스키가 <보그 코리아> 팀에게 친절히 설명했다. 이런 영감을 바탕으로 바니 시뷸스키는 그녀 자신처럼 조용하고 은밀한 에르메스의 부르주아 고객들을 위해 우아하면서도 세련된 아이디어를 맘껏 보여줬다. 셰틀랜드산 울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품질의 가죽과 스웨이드로 완성된 의상이 그것이다. 비록 에르메스의 성숙한 매력은 톡톡 튀는 동시대성과는 정반대지만 변덕스러운 유행에 아랑곳없이 군림하는 태도는 여전히 압도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