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빠진 턱시도 수트, 레오퍼드 무늬 망토, 진주를 휘감은 모델들이 귀족 같은 오만한 분위기를 풍기며 걸어 나왔다. 그들은 누굴까? “카사티의 얼굴과 단눈치오의 헤어스타일을 혼합한 페르소나예요.” 백스테이지에서 드리스 반 노튼은 ‘데카당트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언급했다. 쇼는 19세기 유럽 퇴폐주의를 이끈 부유한 상속녀 마르케사 루이사 카사티와 시인 가브리엘레 단눈치오의 극단적이고 병적인 관계를 혼합한 것. 치타를 애완동물로 키우고 살아 있는 뱀을 목걸이로 연출하던 카사티의 삶은 오랜 시간 패션계를 매혹했다. 하지만 진짜 재미는 이 강렬한 이야기를 자기만의 언어로 해석한 반 노튼의 능력이다. 단눈치오의 시 낭송뿐 아니라 스트라빈스키의 음악과 심장박동 소리가 울려 퍼지는 런웨이에서 그는 또 한 편의 음울한 로맨스를 완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