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타이밍에 시도한 적절한 변화. 인생의 진리 중 하나인 이 문장은 디자이너들에게도 최대 과제다. 어찌 보면 변화가 본질이자 속성인 패션에선 더 절실하다. 알레산드라 파키네티는 다섯 번째 여성복 컬렉션을 통해 변화를 감행했다. 변화를 위한 장치는 뜻밖에도 ‘밴드’ 결성! 이를 위해 파키네티는 개성이 강한 인물 열다 섯 명을 선정했다. 엘리자베스 재거, 랭글리 폭스, 첼시 타일러, 쿠엔틴 존스 등등. 물론 이들 중 몇몇은 무대를 걷거나 맨 앞줄에 앉거나(다들 소니아 시프(Sonia Sieff)가 촬영한 사진에 등장한 채 쇼장 입구에 걸려 있었다). 페이퍼백 웨이스트의 크롭트 팬츠, 영화 <사랑의 눈물>풍 앞머리, 한쪽 어깨에서 흘러내린 종잇장처럼 얇은 티셔츠처럼 로커빌리 의상 가운데 단연 돋보인 건? 기타를 주제로 한 패치워크나 가방, 그리고 밴드 모티브의 배지로 장식한 그 유명한 고미노 로퍼. 이렇듯 네 번의 여성복 컬렉션을 통해 토즈 시그니처 룩(예술과 인테리어에 조예가 깊은 상류층 요조숙녀)을 만드는 데 집중하던 파키네티는 약간 발랑 까진 아가씨 쪽으로 방 향을 틀었다. 어느 평론가가 “그냥 단순한 밴드가 아닌, 아름답고 젊은 창조적 인재들로 구성된 트래블링 윌버리스(조지 해리슨, 로이 오비슨, 밥 딜런 등이 멤버였던 그룹) 같다”고 평한 밴드 멤버들에 대해 그녀는 이렇게 설명했다. “정해진 규범을 따르지 않고 자신들만의 규칙을 만들어나갑니다. 많은 추종자를 얻게 된 이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