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을 이끌 디자이너라는 최고의 찬사와 비즈니스 능력, 로에베 하우스의 막강한 후원 등등. 당분간 조나단 앤더슨에게 걸림돌은 없다. 그에게 팬들이 기
대하는 건 실험적이고 동시대적이며 세련된 옷이다. 거대한 레그오브머튼 소매(어깨는 봉긋하고 손목 부분은 꽉 조이는 형태), 미래적인 니트 수트, 러플
장식의 보디콘 드레스, 키스 해링과 비비안 웨스트우드를 조합한 구불구불한 프린트와 색색의 물결무늬, 골드 메탈 초커, 네모난 앞코의 메탈릭한 스파이
크 힐 등등. 조나단 앤더슨이 보도 자료에 언급한 주제는 ‘여성의 오디세이’다. “당신이 특정 날짜와 시간을 골라 그 순간을 조각낸 후, 다른 이들이 그 시간
에 뭘 하고 있었는지 지켜본다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난해한 그의 설명처럼 예상치 못한 아이디어를 한데 뒤섞어 전혀 새로운 문장으로 만들어내는 게
앤더슨의 능력이다. 이번에도 기발한 아이디어가 쏟아져 나왔다. 한꺼번에 두 개를 X자로 멘 가방 역시 마찬가지. 80년대 ‘네오맥시멀리즘’의 현대적 느낌
과 조화를 이룰 날카로운 재단과 프린트로 채운 무대는 젊고 날씬한 업타운 걸들이 찾을 만큼 실용성 만점. 물론 패션지 화보를 장식할 개성 넘치는 실루엣
도 가득했다. 퍼프소매, 짧은 드레스, 레이스 레깅스 등은 귀엽지만 너무 예쁜 척하진 않았고, 순수한 듯 도발적이었다. 말하자면 ‘굿 걸’과 ‘배드 걸’ 사이.